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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선집 3 (하늘의 서쪽)

꿈꾸는해바라기 2016. 12. 5. 00:37



나태주 시선집 3

하늘의 서쪽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람

눈을 둘 곳이 없다

바라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니 바라볼 수도 없고

그저 눈이

부시기만 한 사람.


(1986. 1. 24)



나머지


그대 내게

주는 것 있다면

오래 간직해도 변하지 않는 것

부끄럽지 않은 것만 받겠습니다

나머지는 고스란히

돌려받으시지요.


(1985. 1. 10)




가질 수 없어


가질 수 없어

갖지 않는 것은

갖지 않는 것이 아니다

가질 수 있어도

갖지 않는 것이 정말로

갖지 않는 것이다.


(1986. 5. 16)




욕심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지

비어 있는 나의 잔

다 알아서 주시는 분이 계시는데

투정을 부리지 말아야지

나의 자리 낮음과

가난함과

나약함과

무능함

괜찮다 괜찮다

고개 끄덕여 주시는 분이 계시는데.


(1985. 12. 23)




인사


우리 마음 변하지 말고 삽시다

그 말부터가 벌써

마음 변했다는 증거.


(985. 8. 5)




그가 섭섭하게 대해줄 때


그가 섭섭하게 대해줄 때

내게 잘해 준 일만 생각합니다

그가 미운 마음 가질때

나를 위해 기도해 준 일 생각합니다

그가 크게 실망하고 슬퍼할 때

작은 일에도 기뻐하던 때 되새깁니다

그가 늙고 병들어 보잘 것 없어질 때

젊어 예쁘던 때를 기억하겠습니다.


(1986. 12. 28)





편지


하루의 좋은 시간을

다른 곳에 다 써먹고

창문에 어둠 깃들어서야

그댈 생각해 낸다

그댈 생각하고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

너무 섭섭히 생각 마시압.


(1986)




들길을 걸으며


1

세상에 와 그대를 만난 건

내게 얼마나 행운이었나

그대 생각 내게 머물므로

나의 세상은 빛나는 세상이 됩니다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단 한 사람

그대 생각 내게 머물므로

나의 세상은 따뜻한 세상이 됩니다.


2

어제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오늘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어제 내 발에 밟힌 풀잎이

오늘새롭게 일어나

바람에 떨고 있는 걸

나는 봅니다

나도 당신 발에 밟히면서

새로와지는 풀잎이면 합니다

당신 발에 여리게 떠는

풀잎이면 합니다.


(1987.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