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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님의 시 두 편^^

꿈꾸는해바라기 2018. 3. 20. 04:49



 


  비망록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혼자 가질 수 없는 것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손으로 잡을 수 없게 만드셨다
사방에 피어나는
저 나무들과 꽃들 사이
푸르게 솟아나는 웃음 같은 것

가장 소중한 것은
혼자 가질 수 없게 만드셨다
새로 건 달력 속에 숨 쉬는 처녀들
당신의 호명을 기다리는 좋은 언어들

가장 사랑스러운 것은
저절로 솟게 만드셨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 속으로
그윽이 떠오르는 별 같은 것